지난 8월 27일, 국회는 학교 내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교사 사회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과 함께 환영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청소년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과몰입 등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실 현장에서 매일 학생을 마주하는 교사로서는 일면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필자 역시 스마트기기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배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안을 법으로 일괄 금지하는 접근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스마트기기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학습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단순한 오락 도구를 넘어 학습의 매개체이자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율적 규범 형성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이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회와 교사, 학부모가 함께 토론하며 스마트기기 사용 규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기기 사용 여부를 넘어서 학생 자치와 민주적 토론 문화를 키우는 중요한 교육적 경험이 된다. 존 듀이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실험적인 지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듯 민주주의는 살아 있는 경험을 통해 길러지며, 학교는 그 훈련장이어야 한다. 법으로 획일적 금지를 강제한다면 이러한 교육적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실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학교 현장은 이미 수많은 법률에 둘러싸여 있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초중등교육법 등은 원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였으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교육적 접근을 제약하는 사슬이 되고 있다. 작은 분쟁조차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교사의 교육적 판단은 사법적 판정으로 대체되었다. 교육적 신뢰보다는 법적 책임 회피가 우선되는 풍토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은 ‘1+1=2’로 단순히 결론지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같은 잘못이라도 학생의 발달 수준, 개인적 상황, 관계적 맥락에 따라 접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교사는 어떤 경우엔 훈계로, 어떤 경우엔 대화로, 또 다른 경우엔 공동체적 합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 이것이 교육적 전문성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나친 법제화는 교사를 ‘법 집행자’로 만들고, 교실을 ‘사법적 공간’으로 변질시킨다. 교사의 교육권과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의 본질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장이다. 그렇기에 법과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망과 가이드라인에 머물러야 한다.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되, 구체적 해법은 학교 공동체의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에 맡겨야 한다. 스마트기기 사용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의 실정에 맞는 규칙을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 민주적 역량을 길러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

교사에게 교육의 전권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 행정 집행자가 아니라 교육의 전문가로 신뢰할 때, 학교는 비로소 교육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 금지법은 단순한 하나의 사안이 아니라, 한국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시금석이다. 법으로 통제되는 학교가 아니라, 자율과 신뢰 위에 선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학생을 성장과 배움으로 이끌 것이고, 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길이다.

/심영보 창녕 성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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