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행기도 멈추게 한다’라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날이었다. 전국에 55만 4000여 명의 수험생이 대학입시를 위해 시험을 치렀다. 초·중·고 12년을 오직 대학입시와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살아온 학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수능을 망치면 인생이 끝난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과연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까? 이렇게 성장한 엘리트들이 과연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통해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랐다고 여기는 검사, 판사, 의사, 고위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라. 그분들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30년 전 대학을 졸업하면서 스스로 ‘이 시대의 바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영리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은 어리숙하고 손해 보지만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바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언제든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 더 필요하다고 믿으며 그 삶을 배우고 있다.

측백나무과의 노간주나무는 아주 척박한 바위틈에 자라면서 흙과 먼지를 모아 다른 생명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다. 이런 노간주나무처럼 자신이 힘들어도 남을 돕는 사람을 세상은 ‘바보’라 부른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보다, 주변을 도우며 빠듯하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1958년 설립된 풀무학교는 오산학교 이승훈 선생의 정신을 계승해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교육을 실천해 왔다. 설립자 주옥로 선생은 저서 <진리와 교육>에서 “우리나라에는 지식인, 기업인, 높은 관리 등은 얼마든지 있으나 밑뿌리가 될 기본층의 평민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가꾼 사과 알을 따려는 이는 많으나 사과나무를 북돋우고 퇴비를 주어 사과 알을 열게 가꾸어 줄 일꾼, 민족의 주인공은 너무나 적습니다”라고 말했다. 70여 년 동안 풀무학교는 위대한 평민을 길러내는 교육, 평등, 평화, 공생, 생태를 중시하는 교육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풀무학교가 중심이 되어 충남 홍성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토대를 세웠다.

김장하 선생님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모은 수백억 원의 전 재산을 우리 사회로 돌려주면서 “아픈 사람들에게 번 돈을 내가 어떻게 함부로 쓸 수 없었다”라고 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성공해라”는 말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삶은 책으로 출간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경쟁과 효율, 성공만을 지향하는 우리 교육을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소수 엘리트를 위해 다수를 들러리 세우는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소시민적인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생명과 평화, 공존과 나눔을 배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생태적 삶을 가르치고, 이웃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좀 바보처럼 살면 어떠한가? 손해 보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그런 사람이 향기가 나고 아름다운 꽃으로 보인다.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고, 그들의 선한 영향력이 결국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됨을 교육하자.

/심영보 창녕 성산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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